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일들을 혼자 알아서 잘해왔어요.
위아래 형제들중에 유일한 여자아이였지만
잘 울지도 않고 칭얼대지도 않고 그저 '너는 그냥 키웠다' 라고 엄마가 말할만큼
순하고 또 순한 아이였다고 하죠.
사실은 저도 떼도 쓰고 싶었고 이유없이 욕심도 부려보고 싶었고
엄마한테 강스파이크로 등허리를 두들겨맞을지언정
있는 속 없는 속 다 보여주고 싶었는데
시끌벅적한 남자형제들 틈에서 그런 모습을 할 틈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커오면서 어느새 부모님한테 저는 '넌 알아서 잘하는' 딸이 되었더라구요.
유일한 딸이라 이쁨 받고 사랑 받고 자랐겠다, 라는 주위의 말은
별로 공감되지 않았어요.
어쩔 때는 형제들이 주욱 있으면 나보고 '장녀니?'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뭐 돌이켜보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그런 성격은
독립심도 생기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버티고 살아갈 방법이랄까.
그런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지나온 시간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가끔은 저도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로 가면 될까요?
사는 게 무얼까요?
지금 좀 쉬다가 가도 될까요?
전 제대로 삶을 잘 살고 있는 걸까요? 라고 물으면
그냥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고 얘기해 줄 누군가가 가까이 있었으면 싶어요.
각자의 인생 외롭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요즘은 무척 산다는 게 무얼까, 인생이 무얼까, 하는 질문 앞에서
유독 작아지는 제 자신이,
이럴 때는 모든 걸 알아서 잘하려고 하는 스스로가 싫어지네요.
머리가 굵어진 후로는
내가 너무 작고 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인간이란 걸 더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나이 들수록 겁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또 괜찮은 척 하루를 지내겠지요?
뒤늦게 가을 타나봅니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만 같네요><
내일은 저녁에 신랑이랑 소주 한잔 할까봐요,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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